지난 글에서는 일반 바이러스 감염의 진단 법들에 대해서 알아보았는데요,
이번 글부터는 현재 COVID-19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진단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어떤 진단 키트들이 승인되었는지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이전글에서도 보았지만 바이러스의 진단으로는 여러가지 방법이 쓰일 수 있지만 현재 전세계적으로 COVID-19 진단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유전자를 검출하는 ‘분자 진단법’ (RT-PCR 기술)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COVID-19 초기에는 의심환자의 검체를 얻은 후 유전자를 분석하고, 코로나바이러스의 유전자와 대조시켜 ‘신종 바이러스’인지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해 진단하는데 24시간이 넘는 시간이 걸렸습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유전자 정보가 알려지면서 특이 유전자 부위를 표적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쉽게 구분할 수 있는 RT-PCR법이 개발되었고 진단이 6시간으로 줄어들어 전 세계적으로 이 방법을 기반으로 한 진단 키트를 이용해 진단을 하고 있습니다.
1. 국내
아직까지는 정식 승인 받은 진단 키트는 없고, ‘긴급 사용의 목적으로 승인’ 받은 진단 제품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긴급 사용의 목적으로 승인’을 했다는 것은 COVID-19 유행 종료 시까지 한시적으로 사용하도록 허용한다는 것입니다.
** ‘긴급 사용 승인제도’는 지난 해 1월 도입된 제도로 감염병 대유행이 우려돼 긴급히 진단 시약이 필요하나 국내에 허가 제품이 없는 경우, 질병관리본부장이 요청한 진단 시약을 식약처장이 승인해 한시적으로 제조·판매·사용할 수 있게 하는 제도입니다.
국내 긴급 사용 승인된 진단 키트들은 총 5개로, 모두 분자 진단 기반의 키트로 국내에서 COVID-19를 진단하는데 사용되고 있습니다.
이 키트들은 모두 질병관리본부에서 성능 평가가 완료되어 민감도 98.2% 이상, 특이도 100%를 가지는 것으로 보고되었습니다. [1] (진단에서 민감도는 양성 환자를 양성으로 진단할 확률을 의미하고, 특이도는 음성 환자를 음성으로 진단할 확률을 의미합니다.)
긴급 사용 승인을 받은 키트 외에도, 코젠바이오텍, 씨젠, 에스디바이오센서, 솔젠트, 피씨엘, 랩지노믹스, 캔서롭 등 총 27개의 국내 업체에서 개발한 COVID-19 진단 키트들이 식약처로부터 수출용 허가를 받아 유럽을 포함한, 47개국에 활발히 수출 중에 있습니다. [2] [3]
또한, 일부 업체들은 EUA(미국의 긴급 진단 사용 승인)를 신청했지만 아직 까지 미국으로부터 결과를 통보 받지 못한 상태입니다. 최근 외교부에서 국내의 3개의 업체가 EUA의 절차를 밟고 있음을 언급하여 곧 국내 제품들도 미국 FDA의 공식 승인을 받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하지만 미국에서 긴급 사용 승인을 받지는 못했더라도, 연구소의 자체 판단에 따라 FDA의 승인 없이도 사용할 수 있다고 하는데요, 씨젠 등 일부 업체가 미국실험실표준인증(CLIA·Clinical Laboratory Improvement Amendments)을 받아 인증을 받은 연구소를 통해 미국에 수출 중입니다.
2. 미국
미국도 긴급 사용 승인 제도(EUA; Emergency Use Authorization)를 통해 진단 키트들을 승인하고 있고, 총 28건 (2020/04/06 기준)이 승인되어 사용 중입니다. 해당 키트들은 다음 링크에 들어가면 확인 하실 수 있습니다.
-- > ‘미국 FDA (EUA 진단 키트 목록)’
미국의 경우 2월 달,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와 뉴욕주 보건부에서 개발된 진단 키트를 먼저 승인하였는데요, CDC가 유통한 키트의 기술적 결함으로 바이러스 확산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면서 [4]
이후 3월 16일 진단 정책에 대한 업데이트 및 확장안을 발표하였고, 긴급 사용 승인의 적용 대상을 확대하여 많은 키트들이 승인 받았습니다.
긴급 승인 받은 진단 키트들을 비교해보았을 때,
한국과 미국의 큰 차이점은 (1) 신속 진단 키트와 (2) 면역 진단 키트 입니다.
진단 분야에서 빠르고 정확한 검사법이 필수적이 되면서 ‘현장 검사’의 중요성이 전세계적으로 강조되고 있습니다.
** ‘현장 검사(Point-of-care; POC)’란 진료 현장에서 직접 사용이 가능한 검사법을 총칭. 검사 과정을 단순화 하여 빠르면서도 정확한 검사가 ‘현장 검사’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의 경우, 이러한 현장 검사로 사용할 수 있는 '신속 진단 키트'들이 승인 되었습니다.
첫번째로 3/20에 승인된 Cepheid 사의 ‘Xpert Xpress SARS-COV-2 test’는 45분 내에 결과를 제공하며, 이후 3/27 승인된 Abbott 사의 ‘ID NOW COVID-19’는 10분 내로 결과를 제공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이 두 제품은 유전자를 검출하는 '분자 진단'인 반면,
4/1에 승인된 Cellex 사의 'qSARS-CoV-2 IgG/IgM Rapid Test'는 20분 이내로 감염 여부를 알 수 있는 '신속 진단 키트'이면서, 환자 혈액에서 항체를 검출하는 ‘면역 진단’ 방식을 적용한 키트입니다.
**면역 진단 방식의 키트는 신속 진단 및 현장 검사 키트로 활용하기 편하여, 빠른 시간에 육안으로 선이 나타나 결과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흔히 볼 수 있는 임신진단테스트기 처럼 생겼다고 보시면 됩니다).
진단 방식과 결과의 해석에 있어 ‘분자 진단’과 ‘면역 진단’은 차이가 있는데요,
(이에 대해서는 다음 글에서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국내의 긴급 승인 받은 키트들은 아직까지 모두 ‘분자 진단’법이며, 현재 국내에서는 분자 진단으로 진단했을 때만 확진으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 FDA에서 면역 진단의 사용을 허용하면서 국제적인 시장이 열렸고, 국내의 기업들도 면역 진단 키트의 개발과 수출을 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젠바디의 ‘GenBody COVID-19 IgM/IgG’와 수젠텍의 ‘SGTi-flex COVID-19 IgG/IgM’이 있습니다.
이와 같이 미국에 비해 공식으로 긴급 사용이 승인된 제품은 적지만, 보도된 기사들을 보면 많은 기업에서 진단 제품을 개발했고 세계로 수출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전세계적으로 현재 확진자가 줄어들고 있는 추세이기는 하나,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검사를 받고 있고 이에 필요한 진단 키트의 수요가 급증하면서 준비된 한국의 진단 키트가 각광을 받고 있는 듯 합니다.
한국의 진단 제품이 세계 각국에서 공급 요청을 받고 빠르게 공급될 수 있는 이유는 다음과 같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2]
- 사스와 메르스의 경험
- 기업 구조: 중소/벤처 기업으로, 오너 중심의 빠른 결정 가능 (미국의 경우, 공공기관에서 자체적으로 진단 시설을 개발하고 FDA의 승인을 받아 감염병 진단에 대응)
- 기업들의 빠른 대처: 중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확산을 보면서 공개된 유전자를 가지고 빠르게 진단키트 개발
- 기술의 신뢰성: 높은 진단 정확도로, 부정확한 진단으로 논란이 된 중국 제품과 대조
하지만 아직까지 미국의 긴급 사용 승인된 제품은 없습니다. 미국의 경우, 초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진단 키트 공급이 늦어져 진단 키트가 부족하였지만, 현재 미국 내 많은 기업의 진단 제품들이 긴급 승인되어 사용되고 있어, 과연 국내 키트들도 곧 승인을 받게 될 지는 지켜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두 진단법 '분자 진단'과 '면역 진단'의 차이에 대해 이야기하겠습니다.
[COVID-19]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진단;(1) 바이러스 진단의 여러 방법들
[COVID-19]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진단;(3) 분자 진단법의 원리, Multiplex Real time RT-PCR
[COVID-19]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진단;(4) 분자 진단 vs 면역 진단
[COVID-19]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진단;(5) 확진자 통계 얼마나 정확할까
참고 자료
1. 코로나19 유전자검출검사 긴급사용승인 제품 정보, 질병관리본부 홈페이지
2. [출처: 중앙일보] 설연휴, 질본이 움직였다···세계가 韓진단키트에 목매는 이유
3. [출처: 중앙일보] 한국산 코로나19 진단키트 인기에, 국내 기업 27곳 해외로 수출
4. [참고: 동아사이언스, 미 CDC가 36개국에 보낸 코로나19 진단키트에 결함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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