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해서 살펴보았듯이 현재 COVID-19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진단으로 바이러스의 유전자를 검출하는 ‘분자 진단’이 사용되고 있고, 우리나라에서는 ‘분자 진단’으로 진단한 경우만 확진으로 판단하고 있는데요,
이번 글에서는 현재 사용되고 있는 분자 진단의 원리에 대해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현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유전자를 검출하는 ‘분자 진단’에는 ‘Multiplex Real time RT-PCR (multiplex rRT-PCR)’ 기술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이 기술은 어떤 원리로 바이러스의 유전자를 검출하고 진단에 사용될 수 있는 것인지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1. RT-PCR
가장 핵심 기술인 PCR은 polymerase chain reaction(중합효소연쇄반응)의 약자로 DNA를 증폭시키는 기술입니다.
증폭시키고자 하는 DNA 부분의 양쪽 끝과 일치하는 짧은 서열의 primer와, 유전자를 합성하는 효소인 polymerase를 사용하여 반응할 수 있도록 온도를 조절해주는 싸이클을 반복하게되면 원하는 부분의 DNA를 증폭시킬 수 있습니다.
비교적 간단한 조작으로 유전자를 증폭시킬 수 있기 때문에 진단에 있어서는 소량의 샘플만 있어도 검출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이를 응용한 여러가지 기술은 진단뿐만 아니라 분자생물학 연구, 의료 그리고 범죄 수사 등에 다양하게 사용이 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RT-PCR은 무엇일까요?
여기서 RT란 reverse transcription의 약자로 역전사 효소반응을 의미하며 이는 역전사 효소(reverse transcriptase)를 사용하여 RNA를 DNA로 변환시켜주는 과정입니다.
바이러스는 유전물질로 DNA를 가지고 있는 것도 있고 RNA를 가지고 있기도 합니다. 코로나바이러스와 같이 RNA를 가지고 있는 바이러스를 검출하기 위해서는 RNA를 DNA로 변환 해주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이 과정이 바로 ‘Reverse transcription(RT)’이고, RNA를 DNA로 변환한 후 DNA를 증폭시키는 것이 바로 RT-PCR입니다.
**유전자는 DNA로 구성되어있어 우리 몸에 필요한 정보를 담고 있습니다. 이 DNA는 RNA(mRNA)로 전사되어 이는 곧 단백질의 합성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RNA는 mRNA, tRNA, rRNA등 여러 종류가 있고 신체에서 아주 다양한 기능을 한다고 알려지고 있습니다.)
**RNA를 가지고 있는 바이러스(레트로바이러스; retrovirus)는 사람의 세포안으로 들어가면 자신의 유전물질인 RNA를 DNA로 바꾸어 사람의 유전자 속에 끼어들어가 자기자신을 다시 복제시키고 세포를 파괴하는 역할을 합니다.
2. Real time PCR (rPCR, 실시간 PCR)
증폭된 DNA는 전통적으로 gel상에서 확인을 할 수 있는데요, RNA를 DNA로 변환하고, 또 그 DNA를 증폭하고, gel에서 확인하는 데까지 시간과 인력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점을 개선하기 위해 유전자 증폭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는 ‘Real time PCR’ 기술이 개발되었습니다.
기존의 PCR 검사는 채취한 검체를 별도의 장비로 가져가 증폭하여 증폭된 DNA를 확인하고 분석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오래 걸려 빠른 진단에는 부적합한 반면,
Real time PCR은 신속하고, 샘플의 이동을 최소화하여 간편하며 오염을 방지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형광 물질을 사용하여 민감도와 특이도가 높고 정량까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어 다양한 병원체의 진단에 사용이 되고 있습니다.
3. Multiplex PCR
Multiplex PCR 방법은 두 개 이상의 primer 세트를 사용하여 여러 유전자의 증폭을 확인하는 방법입니다. 이 방법은 동시에 여러 유전자를 확인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데요,
예를 들어 호흡기 관련 질병에 걸렸을 때 관련 바이러스 진단 키트를 사용하면 인플루엔자(Influenza A, Influenza B...)를 포함한 관련 병원 체의 유전자를 동시에 검사함으로써 한번에 질병의 원인을 파악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 뿐만 아니라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진단과 같이 한 병원체의 여러 유전자를 동시에 검출함으로써 진단의 정확도를 높일 수 있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나오기 전에도 사스, 메르스를 포함한 다양한 코로나바이러스 종류가 질병과 연관이 되어있었기 때문에 모든 코로나바이러스를 검출하는 ‘판 코로나바이러스 진단 키트’ 가 있었습니다. (코로나바이러스들이 공통으로 가지고 있는 유전자 검출)
이번 COVID-19 초기에는 이 ‘판 코로나바이러스’ 키트를 사용하였는데, 먼저 코로나바이러스 양성, 음성을 나누고 음성이 나올 경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포함한 전체 코로나바이러스 음성이라고 진단할 수 있지만 양성이 나올 경우 기존의 알려진 코로나바이러스의 유전자와 비교를 하여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인지 확인을 해야했기 때문에 진단에 시간이 걸렸습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유전자가 밝혀진 이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다른 코로나바이러스와 구분할 수 있는 특이 유전자 부위를 알 수 있게 되었고, multiplex PCR 법을 이용해 코로나바이러스 공통 유전자와 함께 특이 유전자 부위를 동시에 검출함으로써 검사의 정확도를 높였습니다. 여기에 앞에서 설명한 Real time PCR를 적용하여 빠르고 정확한 진단이 가능하게 된 것이죠.
현재, COVID-19 분자 진단 키트들의 경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특이적인 유전자 부위로 알려진 N gene과 RdRp gene 그리고 Sarbecovirus가 공통으로 가지는 E gene, 이 세가지 유전자 중 두 가지 이상을 검출함으로 정확도를 높였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SARS-CoV-2)는 사스 바이러스 (SARS-CoV)와 유사하여 같은 그룹인 Sarbecovirus에 속합니다.
국내 코젠바이오텍의 'PowerCheckTM 2019-nCoV RT PCR kit’는 RdRp gene과 E gene을 검출하고 있고, 씨젠의 'AllplexTM 2019-nCoV Assay’는 N gene, RdRp gene 그리고 E gene을 검출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이 위에 설명한 기술들을 종합한 Multiplex Real time RT-PCR 법을 사용함으로써, 빠르고 정확한 진단이 가능해졌습니다. 이러한 방법으로 진단이 초기 24시간 이상에서 현재 2시간-6시간으로 축소되었습니다. 사실 이 시간도 신속 진단으로 보기에는 긴 시간입니다.
현장 진단을 위한 신속 진단에는 항체-항원 반응을 이용한 진단법(‘항원 진단’와 ‘면역 진단’)이 대부분이었고 이런 방법들은 30분 내외로 결과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분자 진단’은 이런 방법들과 비교했을 때는 느린편이었죠.
하지만 지난 글에서 언급한 미국의 Cephied사의 ‘Xpert Xpress SARS-COV-2 test’와 Abbott사의 ‘ID NOW COVID-19’는 분자 진단이면서 각각 45분, 10분내로 결과를 볼 수 있게 개발이 되었습니다.
특히 ID NOW 시스템은 열 사이클링과 핵산 정제 과정이 불필요하여 신속한 결과 도출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민감도와 특이도가 높은 장점을 가진 ‘분자 진단’을 신속 진단으로 가능하게 함으로써 그 활용도를 높였는데, 이는 진단 분야에 있어 큰 발전으로 생각됩니다.
지난글 참고,
[COVID-19]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진단;(2) 긴급 사용 승인을 받은 진단 키트들 (국내, 미국)
국내의 기술력과 국내 진단 제품들이 전세계적으로 신뢰를 받고 있는 상황에 힘입어 앞으로 더 경쟁력 있는 제품들이 개발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다음 글에서는 현재 사용되고 있는 ‘분자 진단’법과 필요성에 논의가 되고 있는 ‘면역 진단’을 비교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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